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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0422]“악취 때문에 못 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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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1,757
- 등록일자 : 200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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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반월공단 인근 시흥-안산 주민들 고통 호소
배한진기자 bhj@munhwa.com
“아침 저녁으로 악취에 시달리느라 머리도 아프고 눈이며 얼굴도 따갑고 속도 메스껍고…. 이런데서 계속 살 생각을 하니 암담합니다.” 20일 오전 10시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인근 시화신도시. 멀리서 보면 아파트 및 단독주택지역이 가지런하게 정리돼 거리 전체가 깨끗하다는 느낌을 줬지만 도시에 들어서자 영문모를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하수구 썩는 냄새 같기도 하고, 분뇨냄새 같기도 하고, 고무 태우는 냄새 같기도 했다. 주부 김성희(44·정왕2동)씨는 “최근 정확한 원인과 출처를 모르는 악취에 시달리느라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냄새 때문일까. 자세히 살펴보니 때이른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단지에는 밖으로 빨래를 넌 집이 한군데도 눈에 띄지 않았다. 또 냄새가 어디서 왜 흘러 나오는 것인지도 몰라 집집마다 문을 닫아놓거나 공기청정기를 켜놓는 정도의 임시 방편에 그치고 있다.
시화공단과 인접한 반월공단 인근 안산시 고잔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 역시 최근들어 아침 저녁으로 몹쓸 냄새가 진동하며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같은날 고잔신도시에서 만난 주부 이미애(33·초지동)씨는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봄들어 부쩍 악취가 심해졌다”며 “그간 주민들은 집값 떨어질 것을 우려해 내색하지 않았는데 이젠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
시화·반월공단 주변 시흥·안산지역 주민들이 최근들어 극도로 심해진 악취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전에도 공단주변 악취는 종종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는 특정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도시전체에 걸쳐 발생하고 있고 악취의 정도도 전에 비해 훨씬 악화됐다는 것이 문제다.
시흥시와 안산시는 이같은 악취의 원인에 대해 “봄철 들어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고 바람조차 잠잠해지면서 공단의 매연이 도시를 덮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특히 이들 지역에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들어선 고층아파트들이 매연의 이동통로를 막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원인분석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당장 마련해달라고 당국에 호소했다.
시흥시 홈페이지(www.shcity.net)에 민원을 제기한 한 네티즌은 “공기청정기 오염수치가 최고치로 치닫는 이 가스의 성분이 대체 뭐란 말입니까. 구역질이 납니다. 시청에서는 손을 쓰고 있는 겁니까”라고 항의했다.
안산시 홈페이지(www.iansan.net)에도 “살기좋은 깨끗한 안산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달라”며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단속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연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주민들의 고통이 이같이 극에 달하자 해당 자치단체들이 긴급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공단내 매연업체들에 대한 단속·관리와 오염업체 입지 제한에는 한계가 있어 뾰족한 해법을 찾지못하고 있다.
송진섭 안산시장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지난 80년대 반월공단을 조성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고 공해업종을 입주시켰다”며 “이로 인해 시민들은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해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산시는 악취 배출업소를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지도·단속권이 경기도에 있는데다가 공장인허가권도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있어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시흥시 관계자도 “시화·반월공단에 2000개가 넘는 공해배출업소가 있어 인근 시화·고잔신도시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단속권한과 오염업소 입지제한 권한이 해당 기초자치단체로 이양돼야만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 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흥·안산〓배한진기자 bhj@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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