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를 비롯해, 학소대, 거북바위 등 왕피천 협곡의 모습을 한 폭의 동양화로 펼쳐놓은 듯한 경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굴구지 마을을 거점으로 접근해야합니다. ‘굴구지’는 굴같이 생긴 아홉구비를 넘는다는 뜻을 가진 구산 3리 마을의 고유 이름 입니다.
왕피길의 탐사 코스인 2구간은 굴구지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굴구지 산촌펜션에서 시작됩니다. 산촌펜션에서 전날 밤을 보내고 아침에 트래킹길에 오르면, 협곡을 끼고 절벽에 가까운 지대를 수평으로 횡단하는 듯한 길이 2km가량 이어집니다. 과거 대표적인 오지 마을이었던 상천동으로 가는 길입니다. 상천동에는 옛 모습의 원형이 일부 남아 있어 남한의 오지 마을이 2000년대 이전까지 어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 깊은 산골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을까, 오지 마을의 삶을 상상해보며 탐방로를 걸어봅니다.
생태경관보전지역 초소를 지나 탐방로로 접어들면, 마을 주민들이 다니던 옛길이 있습니다. 상류에 해당하는 왕피리의 거야마을, 속사마을의 할머니들은 시집 올 때 이 길로 가마를 타고 오셨다고 합니다.
지금 길을 넓혀도 탐방객들이 한 줄로 서서 갈 정도인데 두 사람이 짚신을 신고 가마를 메고 어떻게 이 험한 길을 걸어왔을지 힘겨운 한 걸음 한 걸음을 상상해보며 걸어봅니다.
이곳 탐방로에는 인위적 길을 최소화했습니다. 옛사람들의 발길이 느껴질 만큼 그대로 보존하고 비탈길에만 나무와 돌을 활용했습니다.
용소는 불영사를 지을 당시 용 아홉마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이곳으로 와서 살았다는 이야기가 담긴 곳입니다. 실제로 용이 어른 5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용바위가 보입니다.
양쪽으로 깊은 암벽과 그 사이에 하천이 있는데, 과거에는 기에 눌려 사람들이 절대 지나다닐 수 없는 곳이었고, 굉장히 신성한 곳으로 기우제도 지냈습니다.
지금은 취소된 국토부의 속사댐건설 계획은 이 협곡을 막기 쉽기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