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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의 마실길
    • 등록자명 : 박*국
    • 등록일자 : 2017.04.24
    • 조회수 : 792
  •                                                   금강의 마실길


     강물은 넉넉하게 흘러가도 계곡은 좁고 거칠기 짝이 없어 농토는 많지 않다. 농민에게 농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이나 마찬가지로 여겼다. 지금은 문전옥답까지 내팽개쳐 풀만 무성한 곳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간혹 귀농하여 거친 황무지에 땅을 파고 돌을 고르며 부풀은 꿈에 나무를 심어가며 가꾸고 있다. 아직은 여린 가지지만 새봄을 맞아 하나 둘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힘겨움도 잊고 꽃처럼 웃음이 닮아가고 있다.
     산은 늘 변함없이 오래도록 그대로 있을 수 있지만 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한다. 물길의 흐름은 굽이굽이 새로운 물길을 만들기도 하고 기왕에 있던 물길을 없애는가 하면 흙을 실어다가 쌓아 땅을 만들기도 한다.

     가까운 위쪽에 장수의 용담댐이 있다. 용담댐이 생기면서 큰 물줄기이던 이곳 금강줄기는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강폭이 좁아든 것은 물론이고 습지는 메말라 모래와 자갈밭이 되었다. 주위에 과수원이 많이 생겨났다.
     진달래, 철쭉, 산을 희끗희끗 반백으로 물들인 산벚꽃, 복숭아꽃, 매화꽃, 시뻘겋다 못해 검은 물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홍도화, 저리 샛노랗다가도 금세 어디론가 정처 없이 홀씨 되어 풍선처럼 날아갈 것 같은 민들레다.
     뒤늦지 싶은 유채꽃,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환한 달빛의 배꽃, 은은한 사과꽃, 논두렁 밭두렁을 가리지 않고 꽂아놓은 듯싶은 조팝나무꽃, 강변에 고개 푹 숙이고 머리가 희어가는 할미꽃군락지도 새롭기만 하다.

     가을날 단풍잎에 젖어 겨울로 가는 나들이도 좋지만 봄날 신록이 살아 움직이는 듯싶은 나들이도 좋다. 새싹은 아무 욕심 없는 순진한 아이들을 떠오르게 한다. 하루가 다르게 커나면서 색상도 진해지고 생동감이 있다.
     화려한 꽃이 지고나면 뾰족뾰족 올라오는 새싹이 신비롭게 마음에 꽂힌다. 겨울을 밀어내고 곰실거리듯 움직임이 느껴지며 다가선다. 산자락 아래에서 위쪽으로 꼼지락꼼지락 올라가면서 온 산을 초록으로 색칠하고 있다.
     꽃과 초록이 뒤섞인 봄길을 간다. 눈이 호강을 하며 걷는다. 코끝이 상쾌하고 발길이 가뿐하다. 강물은 곧게 흐르지 않는다. 힘으로 단숨에 몰아치지 싶어도 수없이 굽이를 돈다. 돌면서 보다 많은 생명을 품고 길러낸다.

     봄날의 하루는 아주 길다. 시간 따라서 자꾸 달라진다. 오늘의 진풍경은 내일이면 달라지고 일주일 후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오직 지금 이 시간에 보아야 한다. 그래서 더 아쉬우면서도 값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날짜를 잘 맞추고 시간대를 잘 선택하여야 한다. 그런데 오후가 되면서 비가 내린다. 봄비가 내린다. 초목이 목말라 하던가. 물이라도 흠씬 먹여보고 싶은 것인가.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지만 많은 양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 마음들이 같은가 보다. 마치 비를 기다렸다는 듯 덥석 물러설 수는 없다. 우의를 걸친 사람, 우산을 쓴 사람, 우의를 걸치고 우산까지 쓴 사람들이 진풍경을 놓칠 수 없다고 발길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

     시커멓게 뒤집어씌운 것은 인삼밭이다. 산세가 누에의 머리를 닮았다는 잠두마을이다. 강변옛길을 걷는다. 무주와 금산을 잇던 비포장도로였으나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서 옛길이 되었다. 2km 거리는 벚꽃이 활짝 피었다.
     그러나 강물은 여전하다. 금강 최상류로 넓은 강에는 수초섬도 생겨났다. 한창 흐드러진 무릉도원 같은 복사꽃터널에서 이제 벚꽃이다. 대전은 완전히 봄이 지나간 줄 알았는데 시간을 되돌려 봄을 다시 맞고 있는 것이다.
     봄날 비단물결 금강을 따라 마실길의 벼룻길을 벗어나 꽃구경을 하고 신록 구경을 하면서 비도 함께 데리고 다니는 것도 괜찮지 싶다. 비옷을 스치고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도 하나의 장단이고 가락이 될 수가 있다.

     새로 난 신도는 곧고 넓고 안전하게 쭉 뻗어 달리는 기분은 있어도 구경하기에 아기자기하거나 구수한 이야깃거리가 없다. 그래도 옛길은 아주 구차스러울 만큼 옹색한 길이었지만 아직껏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 기다린다.
     옛길은 마을과 마을을 질러 다니며 소통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기도 하였다. 그 뿐인가,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애환이 깃들고 온갖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쌓이며 짜릿한 이야기도 숨어있어 비밀이 되기도 했다.
     아주 구수하고 요절복통할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당당했던 이야기에 겁을 잔뜩 먹었던 이야기도 함께 있다. 간혹 은밀한 이야기도 담겨있을 터다. 그것이 그리운 고향이야기가 되었고 친구의 이야기도 되어 기다릴 것이다.  

     벚꽃이 쏟아진다. 꽃눈이 휘날리고 꽃비가 내린다. 여기에 빗물도 한 몫 거든다. 바닥은 연분홍 싱그러운 꽃잎을 깐 꽃길이다. 언제 이런 길을 걸어보랴. 옆을 따라 흐르는 강을 곁눈질 해보지만 강은 빗물에 젖지 않는다.
     우리 마음도 젖지 않는다. 아우! 누가 먼저 내질렀던가. 그저 감탄에 취할 뿐이다. 봄날 꽃구경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었구나. 세상에 이런 날도 있었구나. 그래서 길을 나서고 또 새로움을 맛 볼 수 있는 것이지 싶었다.
     마실길의 중심이랄 벼룻길을 지나서 걷는다. 비와 꽃눈과 함께 걷는다. 이곳이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이달에 걷기 좋은 걷기여행길 10곳 중 하나였다. 전국으로 알려진 명소였음이 확실하였다.
    - 2017.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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