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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의 벼룻길
    • 등록자명 : 박*국
    • 등록일자 : 2017.04.23
    • 조회수 : 753



  •                                      금강의 벼룻길



     벼루는 강가, 냇가, 바닷가에 높이 솟은 벼랑을 지칭하는 말이고, 벼룻길은 그곳에 생긴 길을 말한다. 비단물결 금강천리 길의 무주군 지역인 부남면 일대를 ‘마실길’이라고 하며 그 중에 일부를 벼룻길이라고도 한다.
     부남면에는 조항산이라는 큰 산(799m)이 있다. 산자락절벽이 금강과 만난다. 높은 산의 능선에 올라 보다 멀리까지 한눈에 바라다보고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러나 벼룻길은 강가의 가장 낮은 길이기도 하다.  
     물론 높은 곳이거나 가까이서 바라보면 대개는 잘 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좀은 떨어지거나 낮은 곳에서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것도 있다. 오늘은 가장 낮은 강물 곁을 가면서 산을 보고 강을 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금강천리 트레킹은 금강을 따라간다. 높은 산을 찾아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낮은 곳을 묵묵히 흐르는 강물 곁을 가면서 그 일대를 더 자세히 보고 느끼고 돌아보게 한다. 보다 세세한 현장 속을 가는 것이다.  
     조항산 자락『벼룻길』을 걷는다. 이곳 마을주민들은 이 길을 ‘보뚝길’이라고 불렀다. 본래는 굴암마을의 ‘대뜰’에 물을 대기위해서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농수로였으나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버려진 길이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줄기와 가파른 산에 막혀 마을과 마을이 가까이 두고도 멀리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이웃일 수밖에 없었다. 산속에 고립된 섬이 된 셈이다. 참으로 안타까웠던 일이다.

     이곳 벼룻길은 율소마을에서 부남면의 소재지인 대소마을을 오가려면 강과 산에 가로막혀 강을 건너 가다가 다시 또 강을 건너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채2k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발만 동동거렸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고 물길은 낮은 곳만을 찾다보니 불과 2~3킬로 가까운 곳도 굽이굽이 수십 킬로를 마다 않고 묵묵히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마을과 마을은 멀고 먼 길일 수밖에 없어 왕래도 쉽지가 않았었다.
     일본 강점기 때 마을주민들은 험한 산기슭과 강이 만나는 지점 가까이 농수로를 겸한 길을 만들었다. 바위를 뼈 깎듯 깎고 각시바위가 가로막을 때는 그 곁을 한 줌 한 줌 손톱으로 후벼 파듯 정으로 쪼아 굴을 팠다.    

     그렇게 만들어진 벼룻길이다. 비로소 강물이 불어도 안심하고 면소재지 학교를 걸어 다닐 수 있었고 물을 끌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러다 산업화의 물결은 새로운 다리와 도로를 개설하였고 농수로도 해결 되었다.
     벼룻길을 따라 걷는다. 감아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걷노라면 자연히 계절 따라 그 모습도 달라진다. 계절에 걸맞은 풍경이 강물 속에 옮겨 그려놓는다. 산자락에는 여러 종류 꽃이 피어나고 새잎이 수줍음을 벗고 있다.  
     재빠른 물가의 버드나무 신록의 그림자가 강물에 빠져 따라 온다. 각시바위는 구박받던 며느리의 전설을 안은 바위로 옆으로 10여 미터 길이의 동굴이 파졌다. 농민들이 힘겹게 정으로 쪼든 그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금낭화,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은행잎조팝나무, 매화말발도리 같은 야생화도 피었다. 나무는 몸통이 서로 뒤엉켜 어느 것이 누구 다리인가 싶고 작은 새가 껍질을 쪼면서 벌레를 잡는다. 저만하면 신록도 꽃 못지않다.
      산업화란 미명 아래 무차별한 개발로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벼룻길은 흐지부지 사라졌으나 때 묻지 않은 모습만은 그대로 남았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자연을 사랑하고 금강을 아끼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한 시대 주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이 벼룻길은 옛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오히려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농경시대 하나같이 그 어렵던 시절을 곱씹어볼 수 있는 길을 다시 열어주며 소통의 길이 되었다.
    - 2017.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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