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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의 습지와 둠벙과 여울
    • 등록자명 : 박*국
    • 등록일자 : 2016.09.24
    • 조회수 : 1,289
  • 금강의 습지와 둠벙과 여울

      오늘은 금산 제원의 천내리 일대 금강유역을 트레킹 한다. 금강 하구둑에서 277km 라는 팻말이 있는 곳이니 금강의 2/3지점 부근인 상류에 해당된다. 저곡리 나지막한 저곡산성 전망대부터 찾았다. 우선 전체적인 지형을 조망하기 위해서다. 사물 속에 푹 들어가 있으면 자신의 존재 때문에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고, 너무 가까이 있으면 너무 커서 안 보이고, 너무 멀리 있으면 너무 작아서 안 보인다.

      적당히 떨어진 알맞은 곳에서 보아야 한눈에 제대로 잘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곳을 찾기가 어디 그리 쉽던가. 강폭은 생각보다 아주 넓다. 그러나 평소에 물길은 한 쪽에 치우치고 자갈밭이거나 잡풀로 우거져 좀은 음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 해에 한두 번은 큰물이 들이닥치며 휘몰고 간다. 그 때를 위해 보다 넉넉히 준비된 공간이기도 하다.

      낭떠러지 밑에 닥실나루가 있는 천내리 금강이다. 강물은 이쪽을 파서 저쪽에 쌓기도 하면서 수중에 퇴적된 섬을 만들었다. 마치 크고 작은 섬들이 들어선 다도해의 한 장면이 잠시 스쳐간다. 강은 곧게 흐르지 않고 굽이굽이 돌아갔다. 급할 것이 없다. 강의 목적은 빨리 바다에 가는 것이 아닌가 보다. 강물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생명에게 물을 나누어주고 싶어 제자리걸음을 하듯 이리저리 돌고 돌아 흘러간다.

      그 사이에서 수많은 초목, 들짐승, 물고기, 곤충 같은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다. 수없이 싹이 트고 열매가 쏟아지며,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더러는 더 강한 것의 먹잇감이 되고, 더러는 그냥 흐지부지 사라지고, 더러는 튼실하게 자라 종족을 보존한다. 씨앗이 바람에 날리거나 날짐승과 들짐승에 의해 또는 물에 실려 멀리까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한다.
     

      직접적인 물길을 벗어나 수풀이 우거진 곳이 습지다. 습지는 땅과 물을 이어주는 완충지 역할을 하면서 오염된 물을 걸러 내어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한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을 흡수하여 천천히 흐르도록 하고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들면 습지에 있는 물을 동물과 식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습지에는 퇴적물이 많이 쌓여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가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고 자연의 보고이다.

      습지는 물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곳으로 수많은 생명이 생겨나고 살아가는 어머니의 자궁이다. 몸의 기관과도 같은 심장이고 허파다. 그런데 자꾸 습지가 사라지면서 서식하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여러 나라가 ‘람사르 협약’을 맺었다. 우리나라는 경남 창녕의 우포늪, 강원 양구의 대암산 용늪, 경북 울주의 무제치늪, 충남 태안의 두웅습지와 서천갯벌이 등록되어 있다.

      습지인 이곳 역시 갈대와 버드나무가 터줏대감처럼 주류를 이룬다. 환삼덩굴과 갈대가 한 해의 삶을 걸고 다툰다. 봄날 일찍 머리를 내밀고 갈대는 환삼덩굴을 밑에 깔아뭉갠다. 이에 질세라 환산덩굴은 갈대를 뒤덮어버리며 엎치락뒤치락 아주 치열한 한 판 승부다. 여기에 더 강한 가시박이 등장하여 생태계를 몸서리치게 한다.

      얼핏 채소밭 같은 가시박은 무비자로 들어와 불법 체류하는 못된 외래종 식물이다. 생태계를 급속히 파괴시키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어 빨리 추방하거나 처단하여야 토종식물이 편히 살아남을 수 있다. 근절시키기가 쉽지 않아 작심하고 서둘러야 한다. 우리 일행도 목장갑을 끼고 조금이나마 제거작업에 동참하여 자긍심을 느낀다.


      둠벙이다. 둠벙은 전라도와 충청도지방의 방언으로 웅덩이를 말한다. 흔히 생태연못으로 불리는 작은 연못은 농사짓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곳은 자연적으로 생겨났으며 많은 물이 솟아나기 때문에 좀처럼 마르지 않아 멸종위기종인 두드럭조개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둠벙에는 천년 적막이 흐른다. 천년의 소리가 있다.

      살짝 눈을 감고 있으면 누군가 속삭이는 듯하다. 건강한 생명이 숨 쉬고 있는 소리다. 자연이 살아 있는 소리다. 고요의 소리인가, 처음 들어보는 감미로운 소리다. 나비가 날고 잠자리가 풀 대궁에 내려앉는 소리다. 바람소리도 묻어난다. 새들이 구애하며 짝짓는 소리다. 여울물 소리도 있다. 저만큼 뻐꾸기 소리도 있다. 이들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소리다. 순간순간 나를 씻어내리 듯 아주 편안하다. 이것이 힐링이다.

      눈을 살그머니 뜬다. 둠벙 너머 절벽 아래에 늙은 버드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다. 그 나뭇가지 겨드랑이에 황금빛 버섯이 들어온다. 조금 전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나를 바라보며 소나무와 함께 그윽한 향기를 풀어놓는다. 자연은 한 번에 모두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고 또 오고, 보고 또 본다. 그래도 부족함이 많다. 보고 싶은 만큼만 보여주나 보다. 이제야 천년의 둠벙, 그것도 각시둠벙이 왜 꿋꿋이 그 자리를 고집하고 있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마음은 참으로 이기적이고도 자의적이다.


      오늘 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화여울을 건넌다. 여울은 강이나 바다에서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곳이다. 상류에 용담댐이 생기고 수량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추석을 전후한 엊그제까지 많은 비가 내렸다. 물이 흐르는 강폭이 그만큼 넓고 깊어지며 물살이 빨라졌다.

      여울은 물살이 보기보다 상당히 세다. 경사진 바닥에 물 흐름의 낙차로 산소가 녹아들며 방울방울 기포가 생긴다. 풍부한 산소에 많은 생명체가 모여드는 생동감 있는 삶의 현장이다. 이끼까지 한 몫 거든다. 사선으로 여울을 건너야 한다. 깊은 곳은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라 혼자 건너기는 어려워도 힘을 모으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손에 손을 맞잡고 40여 명이 빨랫줄처럼 길게 늘어섰다. 한 발 한 발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딛는다. 물살을 헤집는다. 비록 오늘 낯설게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이제는 친숙한 친구이고 이웃이고 동료이다.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 오로지 한마음이다. 며느리가 있고 사위가 있고 손주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어디에 꽁꽁 숨어있었는지 몰랐던 동심이 찾아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언제 어디서 이런 시간을 가져보랴. 어느 여행사나 산악회에서 이런 이벤트를 만들어 보랴. 친절한 환경청 해설사 언니는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다. 이제 맨 앞에서 긴 줄을 이끌고 간다. 기러기가 길잡이 선봉장을 쫓아가듯 간다. 다만 V자 두 줄이 아닌 한 줄로 질서정연하다.

      바닥에는 다슬기가 널려 있다. 그만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금강이다. 여기서 다슬기는 단순히 식탁에 오를 맛 좋은 먹을거리가 아닌 하나의 생명체다. 불청객이 갑작스럽게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가까스로 돌에 매달려 있는데 밟히지나 않을까 조심스럽다. 발길에 스쳐 떠내려가면 다슬기의 느린 움직임으로는 엄청 먼 곳에 밀려나는 셈이다. 여울소리에 왁자지껄한 목소리까지 뒤섞여 유괘 상쾌 통쾌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냈다.


      트레킹을 하면서 커다란 지렁이도 있고 연가시도 보았다. 절벽에는 깊은 산중도 아닌데 와송도 있고 부처손도 있었다. 많은 희귀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원시의 숲이 있고 둠벙이 있고 습지가 있고 여울이 있었다. 금강이 품고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 보고 싶어 하는 만큼 내보인 보물이다.

      금강 주변에 금강이란 이름을 가진 단 하나의 금강초등학교가 산성 입구에 있었다. 한 때는 재학생이 수백 명이었는데 주민이 자꾸 도시로 떠나면서 학생이 줄어들다가 끝내 십여 년 전에 이미 폐교되었다. 농촌의 현실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 중 하나이다.

      비록 주민은 떠나도 자연은 그대로 놓고 갈 수밖에 없다. 남아서 자연이란 이름으로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심하게 오염되고 인간의 입맛대로 난개발에 마구 훼손되면서 자연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제라도 철저한 보호를 받아야 할 시기에 도달했지 싶다. 원상대로 복원은 어려워도 더 이상 망가지는 흉한 꼴을 보여서는 아니 된다.

      즐거운 마음에 보람된 하루였다. 앞으로 자연을 제대로 알고 잘 보존해야 할 이유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으니 큰 소득이다. 자연은 거짓이 없고 차별이 없고 생색내거나 뽐내지 않는다. 뿌리고 가꾼 만큼 돌아온다. 자연은 아주 중요한 유산으로 그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으로 함께 누려야 할 큰 자산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막중한 책임까지 곁들여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 2016. 09. 22. 추분에 금산 천내습지 트레킹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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