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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09. 22. 추분 날 금산 천내습지를 트레킹하고
    • 등록자명 : 박*국
    • 등록일자 : 2016.09.23
    • 조회수 : 1,089


  • 가시박


    외국에서 어렵사리 왔다기에 호기심에 곱게 봐주었더니
    그게 아닌 크나큰 실수였소
    새싹은 여느 풀처럼 보들보들 귀여운 면도 있었는데
    성큼성큼 자라나면서 그게 아니었소
    처음부터 잘 못된 만남이었소

    겉은 오이잎사귀 같은 모양에 박만큼이나 큰 잎 걸치고
    온몸에 날카로운 가시투성이
    낯가림은 고사하고 저 거침없는 넉살은
    이역만리 남의 땅에서 어쩌자고
    작심하고 전투태세에
    닥치는 대로 쭉쭉 뻗어 타고 오르는 안하무인
    주변의 생명을 깔아뭉개는
    아예 보쌈으로 햇볕을 차단하여 굶어죽게 하는 횡포

    숨어 꽃을 피우는지 잘 보이지 않아도
    행여나 보람 있는 열매라도 있어 나눠줄까 싶어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헛된 나만의 빈 꿈이었소
    종족보존을 위한
    진한 향기로 벌들을 유인하여 맺어진 가시의 씨앗뿐

    애당초 공생의 의지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너 죽고 나 살자
    전선의 시체를 짓밟고 넘고 넘듯
    저 숨통 조이는 발자국 소리
    엄청난 속도로 저희들만의 영역을 확보해 가는
    습지에 돌변한 외래종 가시박
    생태계가 풍전등화 뒤숭숭
    긴급 구호신청
    여기저기 당국에 신고를 해도 받아주려고 하지 않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듯
    이러다 우리 토종식물 수없이 죽어 나가겠소

    그간 온갖 미움이란 미움을 독차지 해왔던
    쓸모없다는 아카시아
    산죽
    억새밭
    칡넝쿨이나
    환삼덩굴보다도

    예의가 없다
    눈치가 없다
    배려가 없다
    화합도 없다
    없다. 그저 없다

    삶의 전쟁터에 한낱 구호 같은 하나의 수식어일 뿐인
    오로지 제 세상만을 열며
    습지 생태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황소개구리의 출현이나
    진도 5.0 지진보다 더 강한 공포로 다가서는
    가시박 – 가시 박 출현

    거기 누구 없소
    광란의 무법자 미치광이가 나타났소
    더는 믿을 수 없어요
    더는 참을 수 없어요
    다 죽은 뒤에 이러쿵저러쿵한들
    무엇 하리오
    다시 한 번 피눈물 뿌리면서 SOS를 누른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한 날 한 시가 다급해 SOS 쳐대도 시큰둥한 비정뿐인가

    - 2016. 09. 22. 추분 날 금산 천내습지를 트레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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