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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비단길 걷기를 꿈꾸며
    • 등록자명 : 길*현
    • 등록일자 : 2016.12.04
    • 조회수 : 1,149
  •                                      행복한 비단길 걷기를 꿈꾸며

     결혼 후 바쁘게 회사에 다니고, 육아에 시간을 써왔지만, 이젠 그 시간들을 내게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건강하고 이야기가 있는 인생의 후반전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잣대에 맞추려 안간힘을 쓰면서 좌절하고 고민하던 삶에서 이젠 내가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 설계의 근간이 될 “걷기”에 시간을 낼 수 있게 되고,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천상병 시인의 시 “길”의 한구절인 “나는 더없는 기쁨으로/ 걸음을 빨리빨리 걷는다./ 이 길을 가는 행복함이여.” 이 시는 걷는 것에 대한 예찬과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봄부터 남편과 유등천을 걸으면서 걷기가 내 삶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걷기는 나에게 더없는 기쁨과 행복을 주었다. 갑천 월평공원 생태습지의 아름다움에 반해 여름 내내 주말에는 갑천길을 나누어 다 걸었고, 가을에는 갑천과 금강이 만나는 신대들까지 걸어 갑천 전 구간 걷기를 완성했다. 9월에는 대청댐 울트라걷기대회에 참가하여 완주를 하고 나니 장거리 걷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금강길을 전부 걸어보고 싶은 생각을 하다가, 금강의 속살을 잘 보여주고 이야기가 있는 금강트레킹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몇 년 전, 금강트레킹 프로그램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금강 상류에서 여울 걷기, 누워서 하늘 보기를 해보면서 금강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사실 금강은 나에겐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곳이다. 초등, 중학 시절, 소풍 단골 장소였던 적벽강 자갈밭에서 보물찾기 하던 기억과 키가 큰 미루나무의 풍경이 지금은 아련하게만 생각이 난다.
     
     이번 트레킹에는 여동생과 함께 연가를 내고 참가했다. 이번 행사는 대전지역뿐 아니라 세종에 거주하는 분들이 함께 했는데, 세종분들은 첫마을, 가재마을 등의 이름으로 본인 사는 곳을 소개했다. 무슨 동이라고 하는 것보다 마을이라는 것이 더 공동체적인 느낌이 나고 정감있게 들렸다.

     이날 트레킹을 안내하신 최수경 대표는 세종시라는 이름의 탄생과 세종시가 금강을 살려나가야 함에 대해서 기존에 만들어진 도시들과는 다름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기존의 도시들과 다르게 세종 다움으로 생명과 동거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세종에 대해 부동산의 가치에만 치우치게 생각을 해왔던 내게 세종시에서의 금강의 중요한 역할과 금강을 살리고 지켜나가야 할 것 같은 의식을 심어 주셨다.

     최수경 대표는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금강 걷기에서 만났던 적이 있는, 금강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전문가이면서 금강을 사랑하시는 분이다. 최대표가 쓴 “금강길 이야기길”은 금강에서 만날 수 있는 곳곳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를 실어 놓은 책이다. 트레킹 다녀온 후 만난 책 속에서 이번에 다녀온 합강습지, 몇 년전 건넜던 여울, 고향 동네 우체부 박상식 아저씨 사진을 보니 정말 반가웠다. 금강의 매력이 오롯이 들어 있어, 얼른 비단길 금강천리를 걸어보고 싶었다.

     안개가 자욱한 전월산이 트레킹의 첫 번째 장소였다. 아침 안갯속의 산은 고요함이 있고, 나무들 사이로 흐르는 안개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안개 자욱한 숲길에서는 걷는 걸음을 멈추고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숲의 아름다움과 오래간만에 만나는 한적함을 양껏 느끼려고 그룹의 맨 뒤에서 따라갔다. 중간중간에 만나는 전설이 담긴 상여바위, 며느리바위와 용이 날아올랐다는 용샘은 안개와 함께 신비로움을 더했다. 마르지 않는 용샘에는 아직 물이 고여 있어, 그 우물에 내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우물 속에는 버드나무와 하늘, 내 얼굴이 검은 실루엣으로 보였다. 우물 속에는 아직도 뭔가 꿈틀거리는 묘한 느낌이 전해졌다.

    잠시 뒤, 260m 높이의 산 정상에 올랐다. 여전히 안개가 걷히지 않아 세종시의 전경은 볼 수 없었다. 맑은 날에는 세종시의 호수공원과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 못 본 풍경을 여운으로 남겨두며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생각했다.

     다음 코스로 아름드리 은행나무 암수 두 그루가 있는 양화리에 갔다. 은행나무는 고려말 임난수 장군이 심었으며, 600년의 세월에도 무성한 잎사귀를 자랑하고 있었다. 나무의 생김새가 암그루는 좀 왜소하고, 수그루가 더 우람한 이유가 암놈은 은행을 생산하느라 영양분을 빼앗겨서 생김이 다르다고 했다. 그 설명을 들으니 우리 4남매를 낳아 키우시느라, 고생하셔 몸집이 왜소하신 엄마가 생각났다.

     점심은 청원의 연꽃마을 어르신들이 고향 어머니의 마음으로 점심을 준비하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소박한 밥상과 푸짐한 인심 덕분에 맛있게 식사를 했다. 동네는 깨끗하고 예쁜 집들과 꽃들이 피어 있어는 농촌체험 마을이었다.  

     점심식사 후, 본격적으로 금강을 따라 걸었다.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곳이라 합강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합강 오토캠핑장 근처는 공사 중이라 아름찬교 밑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들풀 사이로 난 오솔길에는 노란 산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낭만적인 분위기의 은빛 억새가 가을을 느끼게 했다. 중간중간 쑥부쟁이, 금계국, 둥근 잎 유홍초가 눈길을 끌었다. 작은 나팔꽃 같은 유홍초는 지난번 유성-세종바램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꽃이었다. 이름이 궁금했었는데, 같이 다니신 금강생태해설사님의 소개로 이쁜 꽃 이름을 알게 되어 숙제를 끝낸 느낌이 들었다.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곳이 잘 보이는 언덕에 지어진 합강정에 올라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의 금강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10년 전에는 금강 내륙 최대 철새 도래지였지만, 지금은 4대강 사업 후 이전의 아름다운 모래톱이 없어졌다고 했다. 4대강 사업에 수 조원의 혈세가 들어갔고,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해 환경이 훼손되어 강물은 녹조라떼로 변하고, 보기에도 징그러운 큰빗이끼벌레가 생겨난 이 상황을 어찌 해야 하는가.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며 지켜야될 많은 것을 지키지 못했음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번 트레킹의 백미인 합강습지를 걸었다. 습지에는 원시림과 군데군데 물이 함께 있고 수생식물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고, 들짐승과 날짐승들의 보금자리로 참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 곳이 더 이상 개발로 인해 훼손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짐승들이 놀라지 않게 조용히 걸어야 한다는 주의를 들었고, 억새밭에 둥지를 짓는다는 세상에서 가장 쥐인 멧밭쥐의 둥지도 봤다. 하천 개발로 억새가 사라져 가면서 거기에 사는멧밭쥐도 없어지고 멧밭쥐를 먹는 부엉이, 족제비, 황조롱이들도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합강습지는 수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이고 작은 생물을 살려야 큰 동물도, 사람도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보루 같았다.

     금강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해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과 환경에 대한 열정으로 트레킹을 이끌어 주신 최수경 대표에게 감사드리고, 금강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번 주말, 남편과 함께 대청댐에서부터 합강습지까지 걷기를 시작으로 비단길 금강천리를 걷는 행복한 꿈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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