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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당포구에서 신성리 갈대밭까지
    • 등록자명 : 박*국
    • 등록일자 : 2016.11.04
    • 조회수 : 1,134


  • 성당포구에서 신성리 갈대밭까지


     이미 된서리가 내려 밤사이 기세등등하던 호박잎이 고개를 푹 떨구고 고추밭도 잎이 흐물흐물하다. 오전은 는개까지 내리더니 오후에 활짝 갠 파란 하늘에 말간 햇살이 쏟아지며 깊어가는 가을이다. 다소 쌀랑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지만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대전에서 한 시간여를 내달려 전북 익산의 풀이 많았다는 난초포구 용머리고을에서 버스 2대가 풀어놓는 금강유역환경청의 금강트레킹은 텅 비워져 가는 들녘이며 다소 쓸쓸해진 금강유역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간단히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기대에 찬 발걸음을 거침없이 내디뎠다.
     강은 모습을 선뜻 내보이지 않았지만 둑에 정성스럽게 꽂아놓은 수많은 바람개비는 약속이나 한 양 시위하듯 멈춰서 돌아갈 줄을 모르고 자전거 한 대 볼 수 없는 금강자전거일주도로만 휑하다. 아마 금강보다도 더 깊고 긴 근심에 쌓여있지 싶다.  
     하기야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조성된 억새단지에 한참 억새꽃축제로 술렁거려야 할 시기인데 지난여름 가뭄의 여파로 자연산이 아닌 심겨진 억새는 더 큰 타격으로 주저앉아 꽃을 피울 줄 몰라 축제마저 무산되었다.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으랴.
     아무리 돈을 쏟아 붓고 아우성을 쳐댄들 인간의 힘이 어이 자연을 따라갈 수 있으랴. 자연은 자연스러운 가운데 자연의 제 멋이 풍겨 나올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새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왕에 있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자연을 왜곡하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배로 실어 나를 곡식을 쌓아두는 창고의 조세창이 있었던 성당포구다.  장항 앞바다에서 서해바다와 한강을 거쳐 한양으로 배들이 드나들었던 곳으로 흥청거렸던 곳이다. 지나는 길목 건물 구석에서 마을 잔치를 하려는지 커다란 돼지를 잡고 있어 잠시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 시절을 반추하듯 사오백 년 되었다는 은행나무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도 이미 그 인기가 폭락한 은행을 수확하지 않고 있다. 그 옆으로  2백여 년은 됨직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당당하다. 그 아래에서 뱃길의 안녕을 기원하며 당제를 지냈던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인근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려 그 어느 것 하나 내놓고 보여주거나 말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옛것은 우리의 아주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한 번 훼손하거나 없애버리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 뒤안길에 쓸쓸히 묻혀버렸음에 한 때의 영화도 부질없는 것이 되어 먼 먼 막연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조금 더 가서야 비로소 금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나무 숲을 거쳐 정상에 올라 정자에서 내려다 본 금강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여러 줄기가 모여 드는 금강은 순간 바다를 보는 양 넓었고 퇴적된 흙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제법 큰 섬도 여러 개나 되었다. 바다에 배를 띄우듯 강에 새로운 생태계의 섬을 만들어 새들의 낙원인 그들만의 아늑한 쉼터가 되었다.
     작은 습지에는 물배추가 뒤덮고 강에는 벌써 오리가 모여들고 저만큼 하얀 모습의 고니도 눈에 들어왔다. 시베리아가 춥다고 보다 따스하니 먹잇감이 많은 금강으로 날아오는 철새가 있는가 하면 제비는 춥다고 강남으로 서둘러 떠나갔다. 새삼 다가오는 겨울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후에는 웅포대교를 넘어 서천 장항의 하구둑 방향을 향해 걷는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신성리 갈대밭까지는 6km 거리다. 왼쪽으로 늠름한 금강의 하류가 함께 한다. 불과 20여km 지점에서 금강은 수명을 다한다. 그곳에 둑을 쌓아 바닷물이 유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다.
     거슬러 올라오던 염분이 끊긴 것이다. 바다와 강을 오가던 뱀장어, 참게, 복어 같은 회귀성 어류의 길이 인위적으로 막힌 것이다. 한 때는 강경 부여 공주를 지나 부강까지 배가 오갔었는데 뱃길은 물론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흐르던 금강이 잠시 호수처럼 된 것이다. 염분을 먹고 자라는 갈대마저 발육에 지장을 초래하여 소금을 뿌려주면서 보존하게까지 되었다.
     고수부지 쉼터에서 80여 명이 잠시 모여 앉았다. 미리 가사가 적힌 메모지를 나눠주며 가을 노래「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과「가을 편지」두 곡을 합창했다. 붉은 메모지에 고민을 적고 비행기를 접어 날렸고 그 중에 하나씩을 주워 조심스레 마음의 편지를 읽어갔다. 나의 이야기이면서 남의 이야기이고 남의 이야기이면서 내 이야기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같이 공감하면서 신선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전북 장수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397.8km를 굽이굽이 하나의 큰 원을 그리듯 17개지자체를 거쳐 온 금강천리지만 하구둑까지의 직선거리는 불과 30여km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이 흐르는 금강유역에 옹기종기 모여서 같은 금강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생활의 모습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많이 닮아 두루뭉술하게 서로 잘 통한다고 한다.
     크게는 같은 한 우물을 먹었기 때문에 같은 한 동네사람과 같다는 것이다. 한자로 풀어보면 물 수에 같을 동의 동민(洞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 같이 한마음으로 금강천리의 혜택을 누리면서 지켜야 할 의무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가을을 만끽하면서 비록 한 구간이지만 금강의 면면을 돌아보는데 소홀함이 없었고 금강, 더 나아가 자연의 고마움과 우리의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새삼 깨달으며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말 없는 자연이라고 마구 대하며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트레킹 내내 귀를 쫑긋하게 하는 구수하면서도 진지한 해설과 진행에 최선을 다하는 세련된 모습의『해설사 최수경』님의 열의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깊은 경의를 표한다.
    - 2016.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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