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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래 기고] 최초의 생물다양성 지킴이 '목도령'을 아시나요?
  • 등록자명
    환경부
  • 조회수
    81
  • 등록일자
    2023-05-22

[한겨래 2023-05-22]


최초의 생물다양성 지킴이 '목도령'을 아시나요?


대홍수로 인한 인류 멸망 위기 이야기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전승돼 내려온다. 대표적으로 노아의 방주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설화가 있다.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나무 사이 아들로 태어나 홍수로부터 살아남은 '목도령'이라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생물다양성이란 관점에서 각 문화권의 홍수 설화를 바라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대홍수에 처한 인간은 방주, 나무 등 생존을 위한 공간에 생물을 태워 구해주는 행동을 한다. 우리나라 설화 속 목도령도 홍수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타고 있던 나무에 세상의 온갖 짐승을 태워 구해준다. 목도령을 우리나라 최초의 생물다양성 지킴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이 위협에 처해 있다. 1948년 유엔 지원을 받아 설립된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세계 15만388종의 동식물 중 이미 절멸로 분류된 동식물이 902종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도 4만2108종에 이른다. 앞으로 멸종위기에 몰리는 동식물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먹이사슬의 붕괴, 생태계 파괴에 따른 야생동물 매개 질병의 확산과 같이 이미 잘 알려진 결과 외에도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우수한 '생물자원'의 상실로 이어진다.


유전자원, 생물체 혹은 생물의 부산물 등을 포괄하는 생물자원은 식량, 의약품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된다. 의약품 분야를 사례로 들어 보자면, 버드나무 껍질은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의 제조 원료이며, 향료식물인 팔각회향은 2009년 발병한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원료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7월 국내 자생종인 붓순나무에서 발견한 추출물도 우수한 생물자원의 좋은 예다. 연구진은 추출물에서 타미플루의 원료물질보다 4배 뛰어난 항바이러스 효능을 확인했다. 이런 발견은 뛰어난 효능은 물론,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변종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일이다.


또한, 생물자원은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탄소의 저장고 역할도 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370억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는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의 40%에 달하는 양이다. 또 다른 예로, '탄소탱크'로 불리는 고래는 일생 동안 몸에 이산화탄소를 축적하고, 죽을 때 한 마리당 평균 33톤의 탄소를 가지고 바다 깊숙한 곳에 퇴적물로 묻혀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듯 생물자원은 인류가 질병, 기후위기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즉 생물다양성의 감소로 인한 생물자원의 상실은 인류가 앞으로 발생할 다양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생존 수단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으로, 결코 가볍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현시점을 생물다양성 위기의 '긴급 상황'으로 진단하며,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라는 전략을 채택했다. 전략에는 생물의 멸종위험도 감소, 생물의 유전적 다양성 유지·복원, 훼손된 생태계 30% 이상 복원 등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실천 목표를 담았다. 우리나라도 이 전략에 맞춰 올해 말까지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5월22일은 전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와 보존을 위해 제정된 '생물다양성의 날'로,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정부 행사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생물다양성의 날 공식 주제는 '생물다양성 약속, 이제는 실천할 때'로 선정됐다. 그동안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공약은 많이 해왔으니, 이제는 실천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을 담았다.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국민 모두가 꿀벌, 야생화 등 우리 주변 야생생물의 생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실천에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부상당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관할 구조센터에 신고하기, 생물다양성 보호에 기여하는 기업의 제품 구매하기 등 변화는 일상 속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생물다양성 지킴이 목도령처럼 이제는 우리 모두가 생물다양성 지킴이를 자처할 때다.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926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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