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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터뷰] "모든 나라가 에너지 전환에 집중… 기후위기 막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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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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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자
    2021-08-08

[2021-08-08 인터뷰]


"모든 나라가 에너지 전환에 집중… 기후위기 막아내야"



2020 도쿄올림픽 메달은 수거된 폐휴대폰과 소형 가전에서 추출된 금속을 재활용해 탄생했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는 일종의 '상징'이다.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과 같은 개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더는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돼 인류 문명이 존립하기 어려우리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위기를 마주해 역할이 더 커진 정부 부처가 있다. 환경부다.


취임 8개월째를 맞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정부의 역할 변화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정애 장관은 지난 7월 30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한편, 적극적인 대응이 만들어낼 '희망'을 강조했다.


- 논의 중인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현 정부가 확정해버리면 다음 정권도 따라야 하나.


"그렇다. 그래서 처음부터 법률에 규정하기보다는 (차기 정부가 조정할 여지가 있도록) 시행령으로 해야 한다. 기술향상이 어느 정도 속도로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1990년에 현재의 휴대폰이나 스마트TV를 상상하지 못했듯 현재의 눈으로 보면 가능하지 않은 기술이 있다. 정책이나 제도로 탄소중립까지의 가속화 기반이 제대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를 법으로 해놓으면 나중에 바꾸기 수월하지 않다. 그러니 법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딱 찍어버리기보다는 어느 정도 범위를 주거나 최저기준을 정하는 방식이 낫다. 야당에도 이런 취지를 전달했다."


- 석탄화력발전소를 여전히 짓고 있다. 일각에서는 탄소중립을 한다면서 계속 짓는 것이 이율배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굉장히 큰 과제다. 폐쇄하고 있지만 새로 지어지는 것도 있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화력발전소를 폐지하는 속도는 신재생에너지 구축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외국도 환경급전환하면서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날보다 안 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폐쇄 과정에 들어간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신에너지를 과감히 확충하고 그걸 연결시키기 위한 계획을 잘 잡는 것이다. 안정된 전환의 중간 과정으로서 기술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모든 나라가 여기에 관심을 쏟고 있어 (전환) 속도는 우리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


-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 기술이 해외가 앞서는 것 아닌가. 재생에너지 시대가 와도 수입에 의존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렇진 않다. 풍력발전에서 해저송전케이블 관련한 기술은 우리가 최고다. 바이오가스에서도 가스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덴마크가 뛰어나지만 이걸 다시 수소로 전환하는 건 우리가 더 낫다고도 한다. 모든 나라가 모든 걸 갖진 않지만 특별히 기술혁신된 부분이 있고 우리가 기술에 우수성을 가진 부분이 있다."


- 과거 환경부와는 달리 점점 산업 쪽으로도 역할이 커지는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 탄소중립 등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어떻게 역할분담을 하고 있나.


"순환경제 부분은 우리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 순환경제는 물건이 나올 때 재활용성이 높게끔 만들어 다시 순환되게 하거나 또는 원재료로서 여기저기 뜯어져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에너지분담 산업에 대한 지원은 산자부가 크다. 우리는 배출권 거래제란 제도를 만들고 지원을 하는 부분이 있다."


- 예전에 환경부가 규제 기관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에 비하면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많이 바뀌긴 했다. 아주 극단적인 환경보호를 생각하자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도 멈추고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연인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 않나.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하는 가장 큰 일이 에너지 전환이다. 우리는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도 처음보단 현재 발전 효율이 좋아지지 않았나. 모든 나라가 에너지 전환으로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기술의 혁신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 최초의 환경공학과 출신 장관이 계시니 논의가 기술적으로 되는 것 같다.


"모두가 (에너지 전환을) 아주 긴급한 과제로 여겨줬으면 좋겠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때 땅을 파서 케이블을 깔아야 하다 보니 당연히 훼손이 일어난다. 그러나 발전기가 설치되고 케이블이 깔리고 나면 다시 흙으로 덮여 복원된다. 더 이상의 훼손은 일어나지 않는다. 불가능하다, 안 된다는 것은 작은 환경 훼손이 잠시 일어나는 걸 못 견뎌 기후위기라고 하는 환경재앙이 오는 걸 앉아서 가만히 기다리는 것밖에 안 된다."


- 환경부 역할이 규제하고 막는 게 아니라 기술적인 기회를 찾자는 뜻인가.


"그렇다. 기후변화 관련한 '적응' 패러다임이다. 기후위기에 대응도, 준비도 해야 하지만 이미 발생시켜 놓은 이산화탄소 양이 많기 때문에 이상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거기에 또 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우리는 물과 관련해선 수질, 생태, 수량과 관련한 관리를 했다. 그런데 서유럽 수해에서 보듯 홍수나 가뭄이 반복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에 우리도 완전히 예외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 오히려 목표치를 높이 설정해 놓으면 여기에 맞춰 기술개발이 더 촉진될 여지도 있나.


"(목표치는) 기술개발을 전제하지 않고는 얘기할 수 없다. 기업들도 민관이 함께하는 연구개발(R&D)을 굉장히 강화하고 있다. 연구개발의 속도나 집중력에 따라 기업의 전환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다만 기술혁신 결과가 나왔을 때 이를 현장에서 공정의 전환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녹색금융을 통해 저리로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환경부 예산도 당연히 증가시켜야 한다. 그래야지만 산업계와 기후위기 대응 속도를 같이 맞춰갈 수 있다."


- 외부에선 환경부가 기업의 부담과 산업계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계의 눈치를 본다가 아니라 산업계의 걱정을 유념하고 있다 정도로 생각해달라. 현실적으로 산업계의 걱정을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걱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산업계도 나름대로 준비는 다 하고 있다. 우리는 결국 수출로 살아온 나라고 외국이 내건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가면서 성장을 이뤄가려면 (친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걸 다 안다. 한국이 NDC를 어떻게 설정하든 수출을 하려면 전환이 필요하다. 그 전환에서 필요한 부분을 정부가 충분히 지원하겠다."


- 지난달 유엔무역개발회의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에서도 이렇게 달라진 지위의 영향이 있을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아무도 우리를 개발도상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수소 관련해서도 우리 기술이 뛰어나다고들 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 정의로운 역할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에서 도태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기술을 선점해 그 기술로 먹고사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또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골라 살 때가 올 것이다. 외국은 그런 트렌드가 천천히 오는 편인 반면 우리는 그 시장이 굉장히 빨리 바뀐다. MZ세대는 소비 자체를 에코소비로 하기 시작했고 지금 10대가 20대가 되고, 20대가 30대가 됐을 때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기업 자체가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이런 트렌드가 강화되면 됐지 없던 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미래지향적 가치와 현재의 편리성 사이 충돌이 많다.


"가치소비로 가면서 상품의 포장이나 재질도 단순화할 수 있다. 단순하게 한가지로 쓰는 게 재활용에는 제일 좋다. 기존에 기업들은 상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화려한 포장을 했다면, 이제 소비자들은 이미 단순한 걸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도적으로 복잡한 포장을 금지해 모두가 똑같이 포장을 단순화해나가는 전략을 할 수 있다. 이제 생수뿐만 아니라 다른 음료도 라벨이 붙지 않고 플라스틱도 점점 얇아진다. 처음엔 작은 날갯짓인 것 같다 생각했지만 대세가 됐다. 바뀌어가는 속도가 대한민국만큼 빠른 나라는 전 세계에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 거꾸로 돌아올 일은 없으리라고 보나.

 "그렇다. 국제행사에서도 기후, 환경을 빼놓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또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지켜보면서 훨씬 더 빠른 변화를 요구하는 것 같다. 환경운동가들도 강력한 걸 요구하고 있어 이 속도는 굉장히 빠를 것 같다."


- 국내외에서 핵발전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환경에너지가 맞느냐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아직 해결은 안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전까지의 중간 과정에서 원전의 역할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연료전지, 수소 전환 등의 기술이 확보되고 비용의 적정성이 따라올 때까지 필요한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지만, 그런 기술을 상용화할 때까지는 원전에 의존은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기존에 세워진 원전의 가동 시점이 다해 문을 닫았을 때 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폐로되는 게 하나씩 나오고 있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이 논의를 해야 한다."


- 수도권매립지 선정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까.


"재와 건설폐기물이 가장 많은 부피와 양을 차지한다. 부피로는 건설폐기물이 생활폐기물보다 크다. 무게가 크고 압축이 어려워 부피가 줄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성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에서 중금속을 회수하고 남은 재를 재활용하는 것도 기술혁신이 필요한 부분이다. 2025년쯤에 기존 매립지가 포화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2020년쯤 제3 매립지 설계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인데, 생각보다는 현재 매립지가 포화되는 시점 자체가 뒤로 늦춰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계속 압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포화 시점이) 25년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늦어도 올해부터 설계를 했어야 하지만 포화 시점이 늦춰지면 조금은 여유가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매립량 감축 등 대안을 찾고 있다."


- 패키지로 공모하는 방법은 불가능한가. 이건희미술관과 수도권매립지를 묶어주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가능하다. 지자체가 유치하는 대신 이런저런 조건을 내는 것에 대해선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 충분히 얘기해볼 만한 것이다. 실제 지자체 중에서는 그런 고민을 하고 계신 데가 있다. 검토 가능한 것 아닌가."


- 최근에 환경부가 반려한 제주 제2공항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차기 정부든 누구든 간에 제주도에 공항 하나로는 불가능하다는 요구가 다시 나오는 시점이 있을 텐데.


"(절차를) 처음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두차례의 보완과 보완의 재보완까지 해서 기회를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지사(8월 1일 제주지사 사퇴)께서도 '제주는 환경수도'란 말씀을 했는데, 환경수도라고 하면 일단 제주의 지속가능함 또는 어느 정도의 유입을 견뎌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제주의) 쓰레기, 오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어 그야말로 환경수용능력을 초과하지 않았나 우려된다. 그런데 단지 제주로 가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비행기 편성을 많이 해야 하고 공항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제주의 환경수용능력을 뛰어넘는 이야기다. 제주가 수용 가능한 능력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먼저 필요하고, 다음으로 바람의 영향 등 공항의 안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환경부 입장은 무엇인가.


"(환경영향평가 등) 당연히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 절차대로 우리한테 주어진 환경영항평가를 충실하게 할 생각이다."


- 서유럽에 대홍수 피해가 나는 걸 보면서 긴장하셨겠다.


"정말 무섭다. 시뮬레이션을 위한 디지털 트윈을 비롯해 댐 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형과 똑같은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놓으면 비가 이 정도 왔을 때 과연 어떤 피해가 있는지, 어디를 대피시켜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최소한 디지털로라도 구현을 해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서유럽 홍수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도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댐 또한 수상태양광, 주변 산지 지형을 이용한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보고다. 앞으로 활용가치가 클 것이다."


- 한국에도 그레타 툰베리 같은 청소년 활동가가 나올까.


"아이들에게 좋은 미래를 주기 위해 엄청나게 투자하지 않나. 악기도 배우고 학원도 다니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정작 그 아이들이 자랄 환경을 제대로 물려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말로는 '지구는 우리가 빌려쓰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하는 많은 활동이 지구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몽땅 다 빼먹고 쓸 만한 지구를 남겨주지 않는 것이라면…. 그래서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108081301001#csidxee2a80887328fe7a245ffc05d0b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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